본문 바로가기
발칸 국가들/크로아티아

자다르 여행 후기 / 바다 오르간 하나로 충분했던 도시

by MYUNI 2026. 3. 21.

크로아티아 여행을 계획할 때 두브로브니크나 스플리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도시가 바로 자다르다. 하지만 자다르는 바다의 움직임으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바다 오르간과, 환상적인 석양으로 여행자들의 기억에 깊이 남는 도시다. 이번 글에서는 자다르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인 바다 오르간과 태양의 인사를 중심으로, 실제 여행 후기와 함께 자다르 여행 코스와 분위기를 정리해보았다. 플리트비체 이후 이동 루트나 달마티아 여행 동선을 고민하고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자다르 반나절 추천 코스

바다 오르간 → 태양의 인사 → 성 도나투스 성당 → 성 아나스타시아 대성당 → 포룸 → 나로드니 광장 

조금 흐려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자다르의 석양

 

비 내리는 플리트비체에서의 고된 트레킹을 마치고, 젖은 몸과 지친 상태 그대로 차에 올라 두 시간 남짓 차를 달려 자다르에 도착했다. 창밖으로 이어지는 흐린 풍경과 묵직한 피로감이 겹치며 차 안은 조용했고, 긴 여정을 견딘 몸은 지쳐 있었지만, 새로운 도시에서 맞이할 풍경과 경험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은 여전히 설렜다. 다음 도시는 달마티아 북부 지역의 중심 도시인 자다르. 자다르는 3,000년의 역사를 가진 올드타운과 현대적인 예술 설치물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자다르는 올드타운 중심으로 도보 이동으로 충분히 가능하며, 약 3~5시간이면 자다르의 핵심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여유롭게 머물 경우 1 2일 일정이 가장 이상적이다.

 

자다르로 오는 법

 

1. 렌터카로 이동하기

  • 플리트비체자다르 (1시간 45 ~ 2시간 20): 1번 국도를 따라 내려오는 코스로, 고속도로(A1)를 타면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음. 가는 길 '라스토케' 같은 작은 마을을 경유하기 좋음. 자다르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과 함께 묶어 여행하는 경우가 많아, 렌터카 이동 루트로도 매우 효율적인 위치에 있음. 
  • 자그레브자다르 ( 3시간): 고속도로 시설이 매우 잘 되어 있어 운전 난도가 낮으나, 여름철에는 톨게이트 정체가 있을 수 있음

* : 자다르 올드타운 내부는 보행자 전용 구역이 많으므로, 숙소가 올드타운 안이라면 올드타운 진입 전 Parking Zadar (Zone 1, 유료) 근처 주차장이 접근성이 좋음

 

2. 시외버스 이용하기

  • 예약 방법: GetByBus FlixBus 앱을 이용하면 실시간 시간표 확인과 모바일 티켓 구매가 가능함
  • 터미널 위치: 자다르 버스 터미널(Autobusni kolodvor Zadar)은 올드타운에서 약 1.5~2km 정도 떨어져 있음. 터미널에서 올드타운까지는 시내버스나 우버(Uber), 볼트(Bolt)를 이용하면 약 5~10분이면 도착함

도착하자마자 근처 이탈리안 식당에 들어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따뜻한 음식이 몸에 들어오니 그제서야 긴장이 조금 풀렸다. 이후 숙소로 돌아와 젖은 옷을 널어두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고 모두가 말없이 깊은 낮잠에 빠져들었다. 이제 저녁 6시쯤, 다시 하나둘씩 깨어나 밖으로 나섰다.

 

놀랍게도 그 사이 비는 완전히 그쳐 있었고, 맑게 갠 하늘에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걷는 기분은 그야말로 청량했다. 이 탁 트인 바닷가 도시에서 우리가 가장 기다린 순간은 바로 자다르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인바다 오르간에서의 석양 감상이었다. 자다르 석양은 크로아티아에서도 손꼽히는 풍경인데, 비 온 뒤 맑음이라는 말처럼 플리트비체의 눈물이 자다르의 아름다운 노을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자다르 석양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여름 기준으로는 오후 8시 전후이며 최소 30~40분 전에 도착하는 것을 추천한다.

바다 오르간과 태양의 인사

 

바다 오르간은 파도의 힘을 음악으로 바꾸는 독특한 예술 작품이다. 파도가 밀려오고 빠져나가는 흐름에 맞춰 어디선가 은은한 오르간 소리가 들려왔다. 바닷물이 밀려왔다 빠질 때마다 돌 사이로 공기가 통하며 신비로운 오르간 소리를 내는 것이다. 사람이 연주하는 것이 아닌, 오직 바다의 움직임으로 만들어지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자연과 인간의 창의력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낸 걸작처럼 느껴졌다. 붉게 물든 석양빛과 어우러져 바람과 물결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진 그 순간!

 

바다 오르간 (Sea Organ / Morske orgulje)

  • 특징: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바다 오르간으로, 파도가 해안가 계단 래 설치된 35개의 파이프를 통과하며 신비로운 소리를 냄. 전쟁으로 파괴된 자다르 해안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건축가 니콜라 바시치가 설계하여 2005년 완공 된 인공 구조물임.
  • 작동 원리: 해안가 대리석 계단 아래에 서로 다른 길이와 굵기를 가진 35개의 서로 다른 길이의 파이프가 매립되어 있음. 파도가 이 파이프 안으로 공기를 밀어 넣으면, 공기가 상부의 구멍을 통해 빠져나가면서 소리를 냄
  • 감상 포인트: 파도가 높을 때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소리가, 잔잔할 때는 가녀린 플루트 소리가 남
  • 이용 팁: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이라고 극찬한 장소. 일몰 30분 전에 미리 가서 계단에 앉아 자리 잡는 것을 추천함. 계단 맨 아래쪽에 앉으면 발밑에서 올라오는 진동을 직접 느낄 수 있어 훨씬 입체적인 감상이 가능함
  • 입장료 및 시간: 24시간 개방 / 무료

자다르의 태양의 인사

 

태양의 인사 (Greeting to the Sun / Pozdrav Suncu)

  • 특징: 바다 오르간 바로 옆에 위치한 지름 22m의 거대한 원형 유리판. 지름 22m의 원형 판은 태양을 상징하며, 주변의 작은 원들은 태양계의 행성들을 나타냄. 낮 동안 태양광을 흡수했다가 밤이 되면 화려한 LED 라이트 쇼를 선보임.
  • 기술력: 300개의 다층 유리판 아래에 태양광 모듈이 설치되어 있음. 낮 동안 저장된 에너지는 밤의 화려한 조명 쇼와 가로등 전력을 공급하는 데 사용됨
  • 이용 팁: 야간 점등은 일몰 직후 자동 시작됨. 이 매직아워에 조명이 켜질 때, 바닥에 비치는 반영 사진을 찍으면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음.
  • 입장료 및 시간: 24시간 개방(야간 점등) / 무료

자다르 올드타운에서 젤라또를 먹으며 산책해보자

 

자다르 올드 타운을 걷다보면 보면 골목마다 소박한 카페와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특히 유독 눈길을 끄는 젤라또 가게들이 많은데, 우리가 선택한 곳은 'Slad' 라는 가게였다. 쫀득한 식감과 달콤한 향이 가득한 이곳의 젤라또를 한 입 베어 물며 걷는 시간은 자다르 여행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성당 앞의 노포인 'Donat Sladoled'도  현지인들에게도 오랫동안 사랑받은 명소라고 한다.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 자다르의 밤은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관광지 특유의 번잡함보다는 적당히 여유롭고 편안한 공기가 흐르는 도시였다. 저녁 산책 중 들른 슈퍼마켓에서는 알록달록한 현지 맥주와 와인 같은 특별 간식거리들을 사서 숙소에서 소소하지만 즐거운 술자리를 갖기도 했다.

 

나로드니 광장 (People's Square / Narodni trg)

자다르 시청사와 시계탑이 있는 시내의 중심지. 현지인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일상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곳임. 이곳의 노천카페에서 '마라스키노(Maraschino)'라는 자다르 특산 체리 증류주를 맛보는 것을 추천하는데, 나폴레옹과 카사노바가 즐겨 마셨다고 알려져 있음. 광장 근처의 'Caffe Bar Lovre'는 12세기 성당 유적 위에 세워진 카페라 분위기가 독보적임. 

 

밤이 깊어질 즈음, 우리는 다시바다 오르간으로 나가 밤바다의 음율과 함께 야경을 감상했다. 낮에 보았던 바다 오르간이 어둠 속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바로 옆, 태양의 인사에서는 LED 조명이 바닥을 따라 반짝이며 색을 바꾸고 있었다.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낮 동안 태양 에너지를 저장해 밤에 빛을 내는 구조라는 점이 더 흥미로웠다.

 

자다르 엽서에 자주 등장하는 원통형 건물은성 도나투스 성당이며, 바로 뒤에 있는 종탑이 있는 건물이성 아나스타시아 대성당이다. 두 건물이 함께 있는 포룸 지역이 자다르의 핵심 역사 구역이다. ‘성 아나스타시아 대성당은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우연히 마주쳤는데, 방문 당시에는 빛과 음악이 어우러진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조용한 공간 안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빛과 음악으로 자다르의 밤은 더욱 낭만적으로 흘러갔다.

 

성 도나투스 성당 / 성 아나스타시아 성당에서 우연히 만난 빛과 음악의 쇼

 

성 아나스타시아 대성당 (Zadar Cathedral / Katedrala sv. Stošije)

  • 특징: 달마티아 지방에서 가장 큰 성당으로 로마네스크 양식의 정수를 보여줌.
  • 역사적 가치: 기초를 다질 때 주변 로마 시대 유적(포룸)의 돌들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해 성당 하단을 자세히 보면 로마 시대 조각이 새겨진 돌들을 발견할 수 있음
  • 음향 효과: 내부 공명 효과가 워낙 뛰어나 여름 시즌에는 다양한 음악 공연과 이벤트가 열리기도 함
  • 종탑(Bell Tower) 정보: 성당 옆 종탑에 올라가면 자다르 올드타운의 주황색 지붕과 푸른 아드리아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음 입장료: 약 5~6€ (시즌별 상이)
  • 포룸(Forum): 성당 앞의 광장은 기원전 1세기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세운 공공 광장의 흔적임. '치욕의 기둥'이라 불리는 기둥이 하나 남아 있는데, 중세 시대 죄인을 묶어두고 조롱하던 장소였다는 흥미로운 역사도 숨어 있음. 밤이 되면 유적지 사이로 은은한 조명이 켜져 산책로로 제격임.

성 도나투스 성당 (Church of St. Donatus / Crkva sv. Donata)  

  • 특징: 자다르를 대표하는 원통형 건축물로, 9세기에 지어진 달마티아 지역의 대표적인 초기 중세 건축물. 독특한 원형 구조 덕분에 자다르 엽서와 사진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임
  • 역사적 가치: 9세기 자다르 주교 도나투스에 의해 건설되었으며, 로마 시대 포룸 위에 세워짐 건축 과정에서 인근 로마 유적의 돌기둥과 석재를 재활용해 사용했기 때문에, 외벽 곳곳에서 고대 로마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음.
  •  건축 양식: 초기 중세(프리로마네스크) 양식으로, 화려한 장식보다는 단순하고 묵직한 구조가 특징임. 내부는 2층 구조의 원형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천장까지 이어지는 높은 개방감이 인상적임

맑게 갠 자다르의 아침 풍경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전혀 다른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전날과는 완전히 다른 눈부시게 맑은 날씨였다. 체크아웃을 마친 후 우리는 다시 한 번 자다르 시내를 걸어보기로 했다. 다시 찾은 바다 앞 풍경은 전날과는 완전히 달랐다. 푸르게 펼쳐진 아드리아 해와 그 뒤로 이어지는 주황빛 지붕들, 그리고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도시의 색감까지. 드디어 사진에서만 보고 우리가 기대했던 푸른 바다 너머 주황빛 지붕들이 층층이 자리 잡은 크로아티아다운 풍경을 제대로 마주하게 된 느낌이었다. 어제와 같은 길을 다시 걷고 있었지만 기분은 전혀 달랐다.

 

사실 자다르는 여행 전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크로아티아 여행에서 두브로브니크와 함께 가장 좋아하게 된 도시가 되었다. 화려하거나 압도적인 명소가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바다 오르간이 들려주는 환상적인 소리와 석양만으로도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 크로아티아 여행 더 알아보기 

 

스플리트 여행 코스 총정리 / 자다르에서 시베닉 트로기르 경유 루트 + 야경까지

크로아티아 여행에서 스플리트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자다르와 두브로브니크를 연결하는 핵심 거점 도시다. 특히 자다르에서 스플리트로 이동하는 구간은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대표적인

citynote.tistory.com

 

두브로브니크 가는 법 총정리 / 모스타르 경유 코스부터 성벽·카페·보트투어까지

두브로브니크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동 방법이다. 특히 스플리트에서 출발하는 경우, 펠레샤츠 대교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할지, 아니면 보스니아의 모스타르

citynote.tistory.com

 

플리트비체 C코스 후기 / 비 오는 날 절대 가지 마세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Plitvice Lakes National Park)은 크로아티아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자연 명소다. 특히 하부 호수와 상부 호수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C코스는 가장 인기 있는 루트로 알

citynote.tistory.com

 

크로아티아 렌터카 여행, 정말 답일까? / 자그레브 -> 라스토케

크로아티아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동 방법이다. 대중교통으로 충분할지, 아니면 렌터카가 더 나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여행에서는 실제로 렌

citynote.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