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에서는 메뉴판을 보는 순간부터 여행이 시작된다. 이름부터 낯선 음식들 사이에서 아무거나 골랐다가 예상치 못한 맛에 감탄하기도 하고, 반대로 잠시 멘붕에 빠지기도 한다. 이번 글은 그렇게 직접 부딪히며 찾아낸 세비야 맛집 5곳과, 그 안에서 만난 현지 음식들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다. 입에서 녹던 Carrillada부터 끝내 적응하지 못했던 달팽이 요리 Caracoles, 그리고 현지인들이 자연스럽게 마시던 Tinto de verano까지, 관광객 시선이 아닌 실제 경험 기준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하루의 끝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줬던 에어비앤비 숙소 이야기까지 함께 담았다. 세비야에서 어디서 먹고 어떻게 쉬어야 여행이 더 좋아지는지, 그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 볼 수 있을 것이다.

★ 직접 가본 세비아 맛집 5곳 ★
1. La Caseta de Noniná – 돼지 볼살 찜
강 건너편 트리아나(Triana) 지구 강변에 위치해 세비야의 랜드마크인 '황금의 탑'과 시내 전경을 한눈에 담으며 식사할 수 있는 곳
- 주소: C. Betis, 12, 41010 Sevilla
- 추천 메뉴: Carrillada Ibérica (이베리코 돼지 볼살 찜) 레드와인 소스에 푹 쪄내어 한국의 갈비찜과 비슷한 식감을 자랑함 * Tinto de Verano (띤또 데 베라노): 레드와인에 레몬 탄산수를 섞은 음료로, 샹그리아보다 가볍고 청량해 현지인들이 여름에 가장 즐겨 마시는 진짜 로컬 음료


‘과달키비르’ 강가에 위치해 있는 식당에서 세비야 명물이라는 Carrillada Iberica 와 샐러드에 띤또 데 베라노 한 잔을 곁들었다. 바로 강변 앞으로 살랑살랑 기분좋은 바람을 맞으며 맛있게 식사를 했다. 스페인을 잘 아는 친구가 추천해주었던 '띤또 데 베라노'도 이날 처음 먹어봤는데, 샹그리아는 관광객용, 띤또 데 베라노 (Tinto de verano)는 로컬용이라고 한다. 실제 두 개의 맛이 비슷하지만 내 입맛엔 띤또 데 베라노가 더 맛있었다.
2. Taberna Los Terceros – 달팽이 요리 *세비야 명물 / 여름 한정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세비야의 터줏대감 같은 펍. 관광객보다는 퇴근 후 맥주 한 잔을 즐기는 현지 어르신들과 동네 주민들로 북적이는 진짜 스페인 바(Bar)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음
- 주소: Pl. de los Terceros, 11, 41003 Sevilla (산타 카탈리나 교회 근처 광장)
- 추천 메뉴: Caracoles (달팽이 요리) 4월 말~7월 초에만 판매하는 여름 한정 메뉴. 유리잔에 국물과 함께 나오는 것이 특징이며 간이 짭짤해 맥주 안주로 최고
- 이용 팁: 서서 먹는 공간과 앉아서 먹는 테이블 공간의 가격이 다를 수 있으니 참고


현지인이 세비야 명물로 추천해 준 달팽이 요리 ‘Caracoles’를 먹으러 중심가 쪽에서 열심히 찾다가 드디어 로컬 식당에서 발견! “나 이국적인 음식 좋아해!” 이렇게 의기양양하게 말한 뒤 기다리던 까라꼴레스가 등장했다.
근데 헉…! 이건 내가 생각했던 비주얼이 아닌데…
달팽이의 눈 코 입이 너무 뚜렷하게 보인다. (실제로는 촉수) 에스까르고 등 달팽이 요리를 처음 먹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적나라하게 달팽이의 형태가 살아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도저히 못 먹을 것 같다고 진상을 피웠다. 마치 외국인이 우리나라 개고기를 보고 정색하는 것과 뭐가 달랐을까ㅠ 결국 세비야 현지인에게 먼저 먹어보면 먹겠다고 하여, 눈 딱 감고 한 개 먹은 뒤에는 다시 손을 대지 못했다. 앞으로 도전 정신은 배가 안 고플 때 발휘 하도록 하고, 다른 나라 음식 앞에서 호들갑은 금물!
3. BAR ALFALFA – 하몬 샌드위치
세비야 중심가 알팔파 광장 근처에 위치한 바, 아침 식사로 특히 유명함
- 주소: C. Candilejo, 1, 41004 Sevilla
- 추천 메뉴: Tostada de Jamón (하몬 샌드위치) 토마토 퓨레와 질 좋은 하몬을 올린 토스트
- 특징: 내부가 좁지만 천장에 하몬이 주렁주렁 매달린 전형적인 안달루시아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임. 현지인들 틈에 섞여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기 좋음.


에어비엔비에서 9시 반쯤 일어나 세수를 한 뒤 씨리얼을 그릇에 붓고 있는 중, “굿모닝!” 월터의 플랫 메이트인 영국인 재키가 방에서 나오며 같이 아침 먹으러 가지 않겠냐고 한다. 그저께가 내 생일이라고 하니까 같이 밥 먹지 않겠냐고 했는데 약속이 있다 해서 다음 날 같이 먹자고 했었다. 그런데 어제 아침은 내가 늦게까지 자는 것 같아 깨우지 않았다고.
그리하여 한국에서라면 바로 앞 마트에 갈 때도 BB는 바르고 가던 내가, 오랜만에 쌩얼에 옷만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섰다. “스페인 사람들은 Bar에서 아침을 먹어” 재키가 데려간 곳은 숙소 근처의 ‘BAR ALFALFA’ 였는데 세비야에서 AUTHENTIC BAR로 1위를 한 곳이라고 적혀있었다. 안달루시아식 아침으로 하몬 샌드위치와 까페라떼를 먹었는데... 와! 왜 1위를 했는지 알겠더라. 하몬이 토마토와 어우러져 입에서 살살 녹았다.
4. Casa La Viuda – 소꼬리찜
17세기 건물을 개조한 고풍스러운 식당으로, 세비야에서 소꼬리찜으로 유명한 곳 중 하나.
- 추천 메뉴: Rabo de Toro (소꼬리찜), 세비야의 대표 명물 요리. 진한 소스와 뼈에서 쏙 빠지는 고기 식감이 훌륭함
- 분위기: 식당 이름인 '미망인의 집'이라는 뜻처럼 아늑하고 클래식한 분위기라 부모님이나 연인과 함께 가기 좋음



세비야의 소꼬리찜이 유명하다하여 간 곳인데 솔직히 이곳에서는 음식보다는 그날의 분위기를 잊을 수 없다. 바로 세비야에서 맞은 내 생일! 잊지 못할 생일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5. Don Juan de Alemanes – 타파스
세비야 대성당 바로 근처에 위치해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타파스 바
- 주소: C. Alemanes, 7, 41004 Sevilla
- 특징: 대성당 뷰를 보며 식사할 수 있는 야외 테라스가 최고 장점
- 이용 팁: 위치가 워낙 좋아 항상 붐비는 편. 본격적인 식사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가거나 가볍게 타파스 2~3개와 술 한 잔을 즐기는 '타파스 투어'의 경유지로 추천



뜨거운 햇살을 피하여 골목길을 따라 산책을 한 뒤, 세비야 대성당 옆 ‘Don Juan de Alemanes’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엔 하몬과 까바를 먹고, 그 다음엔 연어와 레드 와인, 모히토까지 다양한 주류를 마시며 무려 3시간 동안 J님과 대화를 나눴다. 정돈된 단어 선택과 말투, 내용까지 대화가 시간가는 줄 몰랐다. 술과 맛있는 음식, 따뜻한 바람, 향수를 자극하는 노래까지 있으니 행복한 기운에 둘러싸인 느낌이었다 ^^
★ 최고의 에어비엔비 숙박 경험 ★
※ 참고로 이곳은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세비야 에어비앤비의 따뜻한 정을 느꼈던 기록으로서 남깁니다 ^^


*주소: Calle Dormitorio 4, Seville (1st floor)
세비야에서의 6박은 Dormitorio 4번가에 위치한 Walter의 에어비앤비 하우스에서 묵었다. 저녁에는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한다는 키가 큰 아저씨, 호스트 월터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늘 환하게 웃으며 아주 친절한 인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내게 배정된 개인실은 무엇보다도 방이 넓고 깔끔해서 무척 마음에 들었다. 월터는 집을 사용하는 방법도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줬고, 세탁기를 써도 되는지 물었더니 세제 넣는 법까지 직접 보여주며 밝게 웃었다. 월터의 친절함 덕분에 새로운 숙소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며칠 지내본 결과, 이곳 세비야의 에어비앤비 숙소는 정말 완벽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쿠폰과 장기 숙박 할인을 적용해서 (2017년 기준) 1박에 2만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묵고 있는데, 방의 크기, 시설, 청결함은 말할 것도 없고 화장실은 월터의 플랫메이트인 ‘재키’와 쉐어 하는 중인데 지금까지 한번도 기다려서 사용한 적이 없다.
호스트는 부엌에 있는 씨리얼과 우유, 오렌지 등 과일도 그냥 먹으라고 하고, 뭐 해도 되냐고 물어보면 안 되는 것이 없었다ㅋㅋ 게다가 대략 6명 이상은 함께 사는 공간인데 정말 고요하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호스트 월터 아저씨인데, 재키의 표현대로 그는 ‘도시라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나를 볼 때마다 인자한 미소를 띠며 반갑게 인사 해 주시는데, 그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태도, 특유의 스님 같은 아우라에 게스트들도 동화되어 조용하게 지내는 것 같았다. 그래서 특히 세비야에서는 숙소 안에서 쉬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이곳의 다른 게스트와도 좋은 경험이 있었다. 아까 엄마께서 어렵게 구해주신 작은 멀티탭을 숙소에 놓고 온 것이 문득 생각났는데, 밤에는 휴대폰 충전기까지 놓고 온 것을 안 것이다. 급한 마음에 다른 방 문을 두드려서 한 미국인 할머니에게 30분만 충전하겠다고 빌렸는데, 나중에 다시 갖다 주러 가니 자신은 다음 날 아침에 떠나니 필요없다며 아침에 내 문 앞에 두고 가시겠다고 하셨다. 요즘식 표현대로 ‘인류애 충전’ 순간! 겨우 2주 지나서 여행에 조금 지쳐가기도 했는데 이곳은 이토록 따뜻한 세상이니 내일은 더 설레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 세비아 여행 더 보기
세비야 플라멩코 공연 추천 / 유료 vs 무료 공연 직접 보고 느낀 차이
세비야 여행을 할 때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플라멩코 공연’이다. 하지만 막상 찾아보면 공연장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될 것이다. 무료 공연부
citynote.tistory.com
세비야 여행 하루 코스 추천 / 알카사르·대성당·스페인광장 효율 동선 정리
세비야는 주요 관광지가 구시가지에 밀집되어 있어 하루 코스로도 충분히 핵심 명소를 둘러볼 수 있는 도시다. 하지만 알카사르의 대기 시간, 대성당의 입장 시간, 그리고 이동 동선을 고려하지
citynote.tistory.com
'남유럽 > 스페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세비야 여행 하루 코스 추천 / 알카사르·대성당·스페인광장 효율 동선 정리 (1) | 2026.04.10 |
|---|---|
| 세비야 플라멩코 공연 추천 / 유료 vs 무료 공연 직접 보고 느낀 차이 (2) | 2026.04.07 |
| 톨레도 당일치기 코스 추천 / 소코트렌·파라도르 뷰 (지성·이보영 촬영지) (0) | 2026.04.06 |
| 마드리드 3일 여행 코스 ③ / 세고비아 당일치기, 하루면 충분한 근교 여행 코스 (0) | 2026.04.05 |
| 마드리드 3일 여행 코스 ② / 프라도 vs 레이나소피아 vs 소로야 미술관, 하루에 다 가능할까? (1) | 2026.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