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를 여행할 때 꼭 방문할 것을 추천하는 도시는 바로 불가리아의 옛 수도 벨리코 타르노보다. 산과 강 사이에 붉은 옛 가옥이 층층이 이어진 풍경과 중세 성채 차르베츠 요새가 어우러져, 불가리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밤이 되면 요새 전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벨리코 타르노보 빛과 소리의 쇼는 이 도시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낮에는 성벽을 따라 중세 요새를 걷고, 밤에는 강과 도시 불빛이 어우러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어 불가리아에서도 가장 로맨틱한 여행지로 알려져 있다.
이번 글에서는 소피아에서 벨리코 타르노보 이동 방법, 차르베츠 요새 관람, 빛과 소리의 쇼 감상 포인트, 그리고 현지 맛집까지 포함한 3일 여행 동선을 실제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불가리아 여행에서 가장 분위기 있는 중세 도시를 찾는다면 벨리코 타르노보는 분명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벨리코 타르노보 여행 기본 정보
위치: 불가리아 북부
이동: 소피아 → 벨리코 타르노보 이동 버스 약 3시간
대표 명소: 차르베츠 요새 (Tsarevets Fortress) / 빛과 소리의 쇼 (Light and Sound Show) / Assen 왕조 기념비
여행 기간: 1~2일이면 충분하나, 3박 이상 여유롭게 구경할 것을 추천



D+1, 소피아를 떠나, 옛 수도 벨리코 타르노보로
불가리아의 현재 수도 소피아를 떠나 벨리코 타르노보 여행을 시작하는 날. 옛 수도였던 벨리코 타르노보로 이동하기 위해 1시 버스를 탔다. 1시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지도상으로 가깝진 않지만 도로가 쭉 뻗어 있어 중간에 끊기지 않고 달리니 3시간 남짓이면 도착하여 4시 조금 넘어 터미널 도착. 벨리코 타르노보는 공기부터 다르게 느껴졌다. 산과 강과 요새를 배경으로 붉은색 옛 가옥들이 층층이 자리 잡은 풍경, 그리고 무엇보다 고요함. 소피아도 한적해서 마음에 들었는데, 이곳은 더 조용해 마음이 편안해졌다.



벨리코 타르노보 밤의 하이라이트, 빛과 소리의 쇼
그러나 여행했던 8월 중순 기준, 이 곳은 소피아보다 훨씬 더워서 오후 6시가 넘은 시간에도 기온이 약 35도로 햇볕과 공기가 뜨거웠다. 이러한 날씨엔 가장 천국 같은 공간인 에어컨 나오는 숙소에 들어가 쉬다가 저녁 8시 반쯤 다시 나갔다. 바로 아름다운 쇼를 감상하기 위해. ‘성 마리 탄생 대성당’ 옆 테라스 의자에 앉아, 차르베츠 요새를 도화지 삼아 펼쳐지는 ‘빛과 소리의 쇼’를 기다렸다. 해가 늦게 지는 계절이라 9시 반이 되어도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아 10분쯤 더 기다렸다가 시작,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여름 밤에 앉아 있으니 시작 전부터 이미 기분이 좋았다.
내용은 불가리아 역사에 관한 것이며, 스케일은 거대한 요새를 배경으로 해서인지 생각보다 웅장했고 빛으로 표현하는 방식도 꽤 화려했다. 그런데 20분쯤 지나서 갑자기 공연이 마무리 되는 분위기? 이제 1부가 끝나고 2부가 시작되려나 했는데 정말 공연이 끝났던 것이다. 내용은 기대보다 훌륭했으나 너무 짧아서 아쉬움이 남았던 쇼였다. 그러나 이 곳처럼 다른 불빛이 거의 없는 소도시에서만 가능한 쇼이기에 더욱 특별했던 경험이었다.



D+2, 차르베츠 요새의 성벽 라인
9시쯤 일어나 호텔 조식을 먹고 테라스 문을 열었는데, 오늘도 더위가 예고편처럼 밀려왔다. 습도가 적어 그나마 견딜 만하다고 스스로 납득하며 11시 반쯤 벨리코 타르노보 여행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인 ‘차르베츠(Tsarevets Fortress)' 요새로 올랐다.
입구로 향하는 순간부터 요새의 입지가 너무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만리장성처럼 길게 펼쳐진 성벽을 녹음과 강이 감싸고 있는 형태, 실제로 걸어 들어가면 전망이 활짝 펼쳐있어서 덥긴 해도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가장 높은 곳 중앙의 ‘성모 승천 교회’ 내부 그림이 특히 독특했다. 성상화를 입체주의로 다시 그린 느낌, 익숙한 종교 이미지가 낯설게 보이는 순간이 있었다. 다만 점점 뜨거워지는 날씨에 나머지 절반은 과감히 포기하고 빠르게 내려왔다.


벨리코 타르노보 맛집, 송아지 혀 요리
점심은 구글 리뷰를 살펴보다가 불가리안 스페셜티라는 Veal tongue, 송아지 혀가 눈에 띠어 이 곳에 가기로 결정했다. 중국에서 소 혀는 먹어본 적이 있는데, 송아지 혀는 과연 어떤 맛이었을까?
♣ Restaurant Ethno
위치: Veliko Tarnovo 시내, Bull. Independence 3
영업시간: 매일 11:30–24:00
연락처: +359 878 46 47 86
추천 메뉴: Veal tongue in butter(송아지 혀 버터구이) wild mushroom, sun dried tomato pesto, kachamak(옥수수죽 같은 곁들임) *가격: 19.56 BGN (약 10.17 유로)
창 밖으로 강이 펼쳐진 좋은 뷰에 자리를 잡고, 송아지 혀 요리와 리조또, 샐러드 등을 시킨 뒤 정말 푸짐하게 먹었다. 송아지 혀 요리는 인간의 혀 감촉과 비슷하여 조금 꺼림칙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입에서 살살 녹을 만큼 부드럽고 버터 향이 잘 어울렸다.
불가리안 로즈와 휴식
점심을 먹고 난 후 숙소로 가는 길에 불가리안 로즈 수분 크림이 궁금하여 하나 샀다. 불가리아에서는 요거트를 먹는 것과 한국에서 몇 배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로즈 관련 제품을 사는 게 남는 건데, 특히 장기여행 중에는 한정된 짐 용량이 아쉬울 뿐ㅠㅠ
숙소로 복귀한 후 에어컨을 켜고 누웠다. 침대에 눕는 순간, 여기가 천국이다 싶었다! 밀린 일기 쓰기, 정보 검색, 유튜브 등등 하며 시간 보내기. 한 여름 벨리코 타르노보를 여행한다면 반드시 한낮의 휴식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벨리코 타르노보의 황홀한 한 컷, 갑자기 불 밝혀지는 요새
저녁 8시쯤 다시 나가 ‘Assen 왕조의 기념비’를 보러 갔다. Assen 형제는 비잔틴 제국으로부터 독립하여 불가리아 제국을 건국한 인물로서, 높게 솟은 오벨리스크 및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역동적으로 말을 타고 있는 동상 두 개가 인상적이었다.
이후 요새 건너편의 ‘트라페지차 요새’(Trapezitsa Fortress) 쪽으로 넘어가기 위해 택시로 ‘40인의 순교자 교회’(Church of the Holy Forty Martyrs) 근처까지 갔다. 늦은 시간이라 내부는 못 들어갔지만, 밖에서 보니 일부는 보수 공사 중이었고, 어둑해지는 시간에 보니 좀 으스스한 풍경이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걷는 시골길과 싱싱한 공기 속에서 산책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요새에 가기 위해 근처 ‘Bishops 다리’를 건너기 위해 갔는데, 양쪽에 조명이 예쁘게 세팅 되어있어 로맨틱하고 아름다웠다. 다리 조명 자체도 예쁘지만 주변의 강물 소리와 풀벌레가 합창을 하는 듯 울어대는 소리까지 더불어 환상적인 밤이 완성되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불이 밝혀지는 요새! 우와, 오늘은 더 가까운 이 곳에서 라이트 쇼를 감상하는 것인가! 비록 리허설이었는지 중간 중간 끊기기는 했지만 잠깐동안 감상한 요새의 야경은 정말 황홀하도록 아름다웠다. 이 느낌을 전해줄 방법이 없기에 누군가에게 벨리코 타르누보 요새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라도 이 곳에 꼭 오라고 추천해 주고 싶을 만큼.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다시 오고 싶다 생각했던 진짜 로맨틱했던 장소였다.



D+3, 사람 없는 박물관, 나만의 오후
낮 시간의 더위에 도저히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한동안은 숙소에서 밀린 일기를 쓰고 블로그를 업데이트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하루 종일 숙소에만 있을 수는 없는 법. 오후 3시쯤, 박물관 관람을 핑계로 밖으로 나섰다. ‘Hadji Nikoli Inn 아트 갤러리’. 문을 여는 순간 에어컨 바람이 나를 반기고, 흘러나오는 음악도 기분 좋았다. 관람객이 나밖에 없어서 오히려 더 좋았다. 무덥고 분주한 거리에서 순식간에 다른 세계로 순간 이동한 느낌, 조용히 혼자 감상할 수 있다는 게 이렇게 호사였나 싶었다.
그 다음에는 더위를 피할 겸 ‘벨리코 타르누보 역사 박물관’과 ‘고고학 박물관’도 들렀다. 여긴 더더욱 사람이 없어서, 박물관을 혼자 전세 낸 기분이 들 정도였다. 관람객이 나 말고 한두 명 있었나. 전시실은 어딘가 초등학교 교실처럼 묘하게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아주 잘 갖춰진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 투박함이 오히려 낯선 도시의 현실 같아서 재미있었다. 램프가 깜빡이는 소리까지 들릴 만큼 조용한 공간에서 나만을 위한 오후를 보내는 기분이었다.



밤이 예쁜 도시 벨리코 타르노보, 다시 오고 싶은 불가리아
이틀 연속 늦은 시간까지 야경을 보고 늦게 들어간데다가 다음 날 아침엔 새로운 나라로 이동해야 하니 오늘은 욕심내지 않고 야경만 보고 들어가기로 했다. ‘Assen 왕조 기념비’ 근처 갤러리에서 마침 야경과 잘 어울리는 감각적인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층층이 자리한 집들도 밤에 보니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늘도 이렇게 야경을 한참 바라보며, 벨리코 타르누보 그리고 불가리아에서 보낸 즐거운 시간을 조용히 마무리해보았다. 벨리코 타르노보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밤 풍경이었다. 요새와 강, 그리고 층층이 자리한 집들의 불빛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야경은 불가리아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지금 시점에서 다시 사진을 보면서 그 시간들을 떠올려보니 정말 맘에 들었던 나라, 다시 방문하고 싶은 불가리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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