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 수도 키시너우는 유명 관광지가 빽빽하게 모여 있는 도시는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오래 머물기 좋은 곳이다. 보통은 1~2박만 하고 지나가는 여행자가 많지만, 직접 일주일을 머물러 보니 키시나우는 ‘볼 게 없는 도시’가 아니라 천천히 걷고, 쉬고,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재미가 있는 도시였다. 이 글에서는 루마니아 브라쇼브에서 키시나우로 이동한 과정부터, 키시나우 가볼 만한 곳으로 꼽을 만한 박물관과 발레아 모릴로르 공원, 직접 가본 맛집 4곳, 그리고 여행 만족도를 높여주는 저렴한 물가까지 한 번에 정리해보았다. 몰도바 키시나우 여행을 준비 중이거나 짧게 스쳐 가기보다 조금 더 깊게 머물러 보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기록이다. 실제 키시너우는 1~2일 여행보다 3일 이상 혹은 일주일 정도 머무는 여행에 더 잘 어울리는 도시였다.


브라쇼브 to 키시너우, 9시간 버스로 몰도바 입국하기
루마니아 브라쇼브에서 몰도바 키시너우까지는 9시간짜리 주간 버스로 이동했다. 예전 같으면 숙박비를 아끼려 야간 버스를 탔겠지만, 이제는 몸이 먼저라 낮 이동이 훨씬 낫다. 버스 창밖으로 펼쳐진 루마니아의 시골 풍경은 화가들의 목가적인 작품 소재가 될 법할 만큼 평온하고 아름다웠다. 특히 루마니아는 세계 최대의 해바라기 생산지답게 노란 해바라기 밭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는 풍경은 눈을 황홀하게 해 주었다. 비슷한 풍경이 계속 펼쳐지지만 쉽게 질리지 않을 만큼.
오후 6시쯤 국경을 넘어 몰도바에 들어서자 해바라기와 옥수수, 포도밭까지 한껏 영글어 탱탱하고도 탐스러운 곡식들이 한층 더 싱그러운 초록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밤 9시쯤 키시나우에 도착해 택시로 20분 정도 달려 숙소까지 이동했는데, 국가의 어두운 경제 사정을 보여주는 듯 가로등이 거의 없는 어두운 길은 다소 낯설고 무서웠다. 그래도 긴 이동 끝에 에어비엔비에 도착하니 비로소 새로운 나라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키시너우 여행 후기, 아무것도 없어서 더 좋았던 도시
키시너우는 유명 관광지가 촘촘한 타입의 도시는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 여행객들이 1~2박 하고 지나가지만, 나는 세계여행 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현지인처럼 살아보기라는 컨셉으로 일주일을 잡았다. 에어비엔비 숙소에는 책이 많고 인테리어가 예쁜 집이라 ‘집에 있는 시간’ 자체가 여행이 되었고, 1층에 큰 슈퍼가 있어 식사와 간식 해결이 너무 쉬웠다. 하루는 바로 옆집에 사는 호스트 Andrei에게 추가 수건과 와인 오프너를 요청하기 위해 연락했다가 대화를 나누게 됐는데, 몰도바 역사 강의로까지 넘어갈 만큼 박식하고 친절한 호스트였다.
키시너우는 아무것도 없어서 마음에 드는 도시였다. 조금만 중심을 벗어나도 보도 블록이 깔리지 않아 정돈되지 않은 길은 왠지 모를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더욱이 일요일에 길을 나서니 사람도 차도 거의 없고 공원이 많이 보여 공기가 상쾌하게 느껴져 아무도 없는 영화 세트장을 걷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동양인 여행객이 적은 다른 국가에서와는 달리,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힐끔 쳐다본다거나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다가도 길을 묻거나 하면 대부분 유창한 영어로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여행객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곳이랄까. 도심 속에서도 마음의 평온을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도시다.
키시나우 가볼 만한 곳 3곳 (박물관, 공원)


몰도바 국립 민족학 및 자연사 박물관 (National Museum of Ethnography and Natural History)은 1889년에 시작된 몰도바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으로, 자연사와 민속 전시를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다. 외관도 아름답고 가볍게 휙 둘러보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눈길을 끄는 전시물이 많았다. 동물들을 해부한 단면이라든지 많은 동물들을 박제하여 전시해 놓은 게 생생하여 흥미로웠다. 더불어 왜 둘을 한 박물관에 전시해 놓았는지는 의문이지만, 몰도바의 민속품과 아름다운 전통 복장들도 눈을 즐겁게 했다.
몰도바 내셔널 갤러리(National Art Museum of Moldova)는 키시너우 중심부에 있는 대표 미술관이다. 이 곳은 다른 곳보다 정돈이 잘 되어 있고 유럽 각국의 명화들도 전시되어 있어 의외로 눈에 띠는 작품이 많았다. 무엇보다 관람객이 거의 없어 혼자 전세 낸 기분으로 조용히 감상할 수 있었다.



Valea Morilor Park 산책, 키시너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인공 호수가 있는 ‘발레아 모릴로르 공원 (Valea Morilor Park)이다. 이 공원은 키시너우 Buiucani 구역에 있는 대형 공원으로, 1950년 조성되었는데, 공원 안에는 보트 시설, 해변, 야외극장, 계단식 캐스케이드 계단 등이 있고, 그 계단은 218개 계단으로 유명하다. 정말 기대 이상으로 넓고 클 만큼 호수의 규모가 어마어마한데 숲도 있고 늪지도 있을 만큼 풍경도 다채로웠다. 이 아름다운 풍경 속 현지인들과 뒤섞여 조깅을 하면 마치 키시나우의 주민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공원 안에는 놀이동산 ‘아벤츄라 파크'도 있었다. 사실 놀이동산이라고 하기엔 놀이기구도 몇 개 없고 그나마 녹이 슬었고 마치 30년 전에야 존재했을 것 같은 것들이지만,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빙빙 도는 놀이기구를 탔는데! 몰도바 놀이기구라고 우습게 봤다가 죽을 뻔 했다. 나 포함 딱 3명이 탔는데도 운영 시간도 길고 도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는 임시 폐쇄 또는 철거됐다는 정보가 있어서 더 이상 운영은 안 하는 것 같다.



저렴한 물가, 장바구니가 여행의 행복이 되는 곳
몰도바에서 제일 자주 체감하게 되는 건 ‘물가가 정말 낮다’는 사실이다. 특히 과일 호사가 가능한 곳. 한국에선 수박 한 통 사며 가격표를 보고 망설여질 때가 많은데, 여기서는 엄청 큰 수박을 반 통 샀는데도 1,200원. 버스 요금도 2레이(130원) 정도로 거의 공짜처럼 느껴진다. 센스있는 작명이 인상깊은 쇼핑몰도 있다. Shopping malldova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현대적으로 잘 꾸며져 있고, 나름 영화관도 있고 맛있는 아이스크림 두 스쿱이 단 돈 천원으로 저렴한 물가에 행복해하며 시원하게 시간을 보내고 왔다.
키시나우 맛집 추천, 현지 식당부터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까지
저렴한 물가 덕에 가끔은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었다. (그래봐야 예산 2만원 이하) 그래서인지 감각적인 레스토랑이 많았다고 기억되는 키시너우에서 방문한 맛집 4곳을 소개해본다.
1. PaniPit


키시너우 중심부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유럽식&프렌치 계열 메뉴로 분류된다. 주소는115, 31 August 1989 Street, Chisinau이고, 매일 11:00~23:00 운영한다.
특이한 파스타를 먹어보고 싶다는 나의 니즈를 충족시킨 곳이었는데, 이곳에서 처음 먹어본 ‘토끼고기 파스타’와 ‘샐러드’를 맛있게 먹었었다. 비교적 분위기 있게 식사하기 좋았던 장소다.
2. La Sarkis


키시너우에서 꽤 알려진 아르메니아 음식 전문 레스토랑이다. Valea Morilor 공원 입구 옆에 있고, 탄도르 방식으로 조리한 아르메니아식 메뉴가 특징이다.
햇빛이 아름답게 내리쬐는 낮, 야외 테이블 앉아 분위기도 좋고 메뉴판도 예쁘네 감탄하며 가격을 보았는데! 자릿수가 다른 음식의 가격!! 그러고 보니 이 주변은 정부 기관들이 모여 있고 슈트를 차려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부자 동네인 것 같았다. 배가 많이 고팠지만 가장 싼 케밥과 샐러드를 하나씩 시켜 그래도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3. La Placinte


몰도바에서 키시너우 전역에서 운영되며 꽤 널리 알려진 체인형 로컬 음식점이다. 루마니아에서도 만나본 음식 플러친터(속을 넣은 전통 파이), 수프, 샐러드, 핫디시, 디저트 등을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기기 좋은 대표적인 로컬 체인이다
이 곳에서는 몰도비안 샐러드, 뼈다귀해장국 같은 수프와 야채전 같은 음식을 시켜서 먹었는데 한식에 대한 갈증을 약 30% 정도 해소한 느낌이었다.
4. Propaganda Cafe


키시너우 중심부의 개성 강한 레스토랑 및 카페로 현지 재료를 쓰는 음식, 따뜻한 분위기, 재즈 음악, 몰도바 와인 선택지가 장점이며, 다소 빈티지하고 독특한 인테리어가 기억에 남는 곳이다.
크리코바 와이너리에 다녀온 뒤 반쯤 헤롱대는 상태라 메뉴는 볼 것도 없이 Borscht, 해장 수프부터 하나 시켜서 먹었다. 에피소드 하나. 해장 수프에 딸려 나온 흰색 양념 같은 게 마치 오징어 젓갈 같이 맛있어 나중에 웨이터에게 뭐냐고 물어보니 ‘돼지 비계’라고ㅋㅋ 이후 양고기 요리까지 먹으며 해장 잘 하고 왔다.
+ 내게 몰도바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 100일 기념일 & 그리고 조카의 탄생

몰도바에서 5월 5일 배낭여행을 시작한 지 100일 째 되는 기념일을 맞았었다. 1년 이상 하드코어로 여행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캐리어 끌고 쉬엄쉬엄 다니면서 이런 기념일을 챙기는 게 민망하긴 했지만, 그래도 100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장기 여행을 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기에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거의 매일이 새로운 풍경과 이벤트들로 채워지니, 여행 초반의 스페인과 모로코에서의 추억은 옛일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져서 100일이 정말 오랜 날들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몰도바를 여행하던 2017년 8월에 태어난 나의 조카 (당시 태명) 순둥이. 중요한 탄생의 순간에 함께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컸고, 카톡 사진으로 처음 만난 이후 다음 달 한국에 들어가 직접 만날 때까지, 사진과 동영상을 수시로 몇 번씩 돌려볼 만큼 너무나 보고 싶었던 나의 조카. 지금은 어느덧 초등학생이 되어 나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씩씩하게 세배도 하는 멋진 어린이로 자라났다 ^^
* 키시너우 근교 여행 크리코바 와이너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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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 여행에서 와인을 빼놓고 말하기 어렵다면, 키시너우 근교의 크리코바 와이너리(Cricova Winery)는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표 코스다. 이곳은 단순히 와인을 시음하는 공간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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